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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3가지 기능
교환매개 · 가치척도 · 가치저장
약 15분난이도 ●○○○○#화폐사#기초
한 줄로
돈은 교환의 매개, 가치의 척도, 가치의 저장이라는 3가지 일을 하며, 이 중 인플레이션에 가장 먼저 부서지는 것은 저장 기능이다.
왜 알아야 하나
"현금을 들고 있을 것인가, 자산을 들고 있을 것인가"는 트레이더가 매일 내리는 결정이다. 이 판단의 근거가 바로 돈의 저장 기능이 지금 얼마나 건강한가이다. 물가가 연 5%씩 오르는 시기의 현금은 가만히 있어도 연 5%씩 지는 포지션이다. 반대로 자산 가격이 무너지는 위기에는 현금이 가장 강한 포지션이 된다. 돈의 3가지 기능이라는 렌즈가 있어야 "현금도 포지션이다"라는 Level 7의 명제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개념
경제학이 정리하는 돈의 기능은 세 가지다.
첫째, 교환의 매개(medium of exchange). 물고기를 쌀로 바꾸려면 돈을 거치면 된다. 0-1-1에서 본 욕망의 이중일치 문제를 해결하는 기능이며, 돈의 존재 이유 그 자체다.
둘째, 가치의 척도(unit of account). 아파트도, 커피도, 삼성전자 주식도 전부 '원'이라는 하나의 자로 잰다. 덕분에 서로 전혀 다른 것들의 가치를 즉시 비교할 수 있다. 시장에서 가격이라는 정보가 성립하는 전제 조건이다.
셋째, 가치의 저장(store of value). 오늘 번 소득을 다음 달, 내년으로 옮길 수 있게 한다. 물고기는 내일이면 썩지만 물고기를 판 돈은 남는다. 다만 이 기능은 완전하지 않다. 은 저장된 가치를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깎아낸다.
세 기능의 관계에는 순서가 있다. 저장 기능이 무너지면 사람들은 돈 받기를 꺼리게 되고(교환 기능 훼손), 가격표를 계속 다시 써야 하며(척도 기능 훼손), 결국 화폐 시스템 전체가 주저앉는다. 그래서 저장 기능은 화폐 신뢰의 가장 약한 고리이자 첫 번째 붕괴 지점이다.
명목과 실질의 구분도 여기서 나온다. 통장에 찍히는 숫자는 명목이고, 그 돈으로 실제 살 수 있는 양이 실질이다.
비유로 이해하기
돈의 세 기능은 줄자에 비유할 수 있다. 줄자는 물건 사이를 오가며 치수를 전달하고(매개), 모든 길이를 cm라는 공통 단위로 재고(척도), 오늘 잰 치수를 내일도 쓸 수 있게 기록한다(저장). 그런데 이 줄자의 눈금이 매일 조금씩 늘어난다면 어떻게 되는가. 인플레이션이 바로 눈금이 늘어나는 줄자다. 어제 100cm였던 것이 오늘 같은 자로 재면 96cm로 보인다. 물건이 줄어든 게 아니라 자가 변한 것인데, 우리는 자의 변화를 잘 느끼지 못한다. 그래서 인플레이션은 세금 고지서 없이 걷어가는 세금이라고 불린다.
실제 시장에서는
저장 기능이 완전히 붕괴한 극단이 이다. 2008년 짐바브웨의 물가상승률은 공식 추정으로 연 2억 %를 넘었고, 정부는 결국 100조 짐바브웨달러 지폐까지 발행했다. 상점은 하루에도 몇 번씩 가격을 고쳐 붙였고, 사람들은 월급을 받는 즉시 물건이나 미국 달러로 바꿨다. 2009년 짐바브웨는 자국 화폐를 포기하고 달러를 공식 통용시켰다. 1923년 바이마르 독일에서 빵 1kg이 수천억 마르크에 거래된 것도 같은 구조다.
한국처럼 물가가 관리되는 나라에서도 저장 기능의 마모는 진행된다. 통계청 기준 2022년 한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1%로 1998년 이후 최고치였다. 그해 연 2%대 예금에 돈을 둔 사람은 명목으로는 이자를 받았지만 실질 구매력으로는 약 3%를 잃었다. 시장이 인플레이션 지표(CPI) 발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 그리고 Level 2에서 물가 지표를 자세히 배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흔한 오해
"내 통장 잔고가 늘었으니 나는 부자가 되고 있다." 명목과 실질을 섞는 화폐환상이다. 잔고가 3% 늘어도 물가가 5% 올랐다면 살 수 있는 것은 줄었다. 자산 증식의 기준은 언제나 실질 구매력이어야 한다.
"인플레이션은 비정상 상태다." 오히려 반대다. 한국은행을 포함한 주요국 중앙은행은 연 2% 인플레이션을 목표로 삼는다. 완만한 인플레이션은 화폐 시스템의 기본 설정이고, 돈의 저장 기능은 설계상 조금씩 새게 되어 있다. 이 사실을 받아들이는 순간 "왜 현금만 들고 있으면 안 되는가"라는 질문에 스스로 답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이것이 "당장 아무 자산이나 사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무엇을 언제 사는가를 판단하는 눈을 기르는 것이 이 커리큘럼의 나머지 전부다.
🧪 실습 과제
- 지난 1년 사이 자주 사는 것 3가지(예: 커피, 교통비, 점심)의 가격 변화를 기억나는 대로 적고, 실제와 비교해본다
- 내 예금 금리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찾아 실질수익률을 직접 계산해본다 (통계청 소비자물가지수 활용)
✅ 자가진단
- 돈의 3가지 기능을 말하고, 인플레이션이 그중 무엇을 파괴하는지 사례로 설명할 수 있다
소리 내서 답해보고, 막히면 해당 섹션으로 돌아간다.